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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칼럼]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계기로 본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
[여성 칼럼]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계기로 본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
  • 이복실
  • 승인 2024.04.1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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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3월 8일이 돌아왔다.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911년 처음으로 개최된 이래,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국제적인 기념일이다. 마침 금년 3월 8일에 나는 뜻깊은 회의에 참석하였다. ESG 평가사인 서스틴베스트의 주관으로 KCGI더우먼펀드를 진단하고 방향을 정립하는 회의였다. KCGI더우먼펀드는 국내 최초로 성 다양성과 성 형평성이 상대적으로 잘 이뤄진 기업 중 기반이 좋은 기업을 선별해 장기 투자하는 가치 펀드이다. 세상에 태어난 지는 5년이 조금 넘었다. 여성 임원이 많은 기업, 여성 인력 활용을 잘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낸다는 신념과 확신이 이 펀드의 설립 정신이자 추진배경이다.

최하위인 유리천장지수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 다양성이 저조한 나라에 속한다. 유리천장지수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紙가 지수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현재까지 29개국 중 유리천장지수는 최하위이다. 이렇게 순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의 저조한 고위직 참여와 남녀 평균 임금 격차 때문이다. OECD가 발표한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 평균 임금 격차는 31.2%다. 즉, 남성이 200만 원을 월급으로 받을 때 여성은 137만 원을 받는 셈이다. 임금뿐 아니라 노동형태도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남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0.6%지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46%다. 'KCGI 더우먼펀드 투자 유니버스' 대상 국내 상장 주요 370개 회사(시가총액 2조 원 이상 149개사, 미만 221개사)의 성 평등 지표를 시계열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내 여성 근로자의 비율은 27.7%였지만,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약 3분의 1 수준인 8.8%였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유엔 여성기구는 “미래를 위해 여성에게 투자하라”라고 촉구했다.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는 외교계를 대표해 여성을 위한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투자에 대해 “여성이 동등한 노동에 대해 동등한 임금을 받고 경제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 그리고 법률이나 외교 분야 등 여성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분야에서 여성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하는 부모를 지원하는 기업문화를 발전시키고, 채용과 승진 격차를 해소하는 것,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을 예방하는 것 등도 여성에 대한 투자라고 정의했다.

포용성을 고취하라

여성 임원이 확대되어 다양성을 확보하면 문제는 모두 해결이 될까? 그렇지 않다. 포용성 없는 다양성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에서나 현장에서 입증되었다. 201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포용적 조직문화가 없는 곳에서 다양성을 확대하면 오히려 갈등이 커진다.’라는 요지의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포용성이 낮은 조직에서는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들지 않고, 업무에 대한 만족감이나 일의 의미 등이 낮아지고 이직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국내 대기업인 모 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이 이런 말을 하였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 인재를 확대하면서 오히려 문제와 갈등이 늘어났어요.” 실제 그 기업은 여성 임원에 대한 성희롱 사건도 발생하여 가해자 남성 임원이 임기 중간에 그만두는 일까지 생겼다. 포용 없는 다양성만으로는 조직에 기능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현장에서도 입증한 셈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확산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금년 세계여성의 날 주제는 ‘포용을 고취하라(Inspire Inclusion)’였다. 2024 세계여성의 날 조직위원회는 ‘포용이 성 평등 달성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언급하며‘포용을 고취하는 것은 모든 계층의 여성들이 지닌 독특한 관점과 이들의 기여를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용성을 가로막는 장벽들

이렇게 포용성은 중요한 사회, 경제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으나, 실제 조직에서 안착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많은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관심 부족, 자원 부족, 조직문화의 저항,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저평가, 다양성 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역량 부재 등 걸림돌은 셀 수 없다. 이러한 걸림돌을 제거하고 장벽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포용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세계여성의 날 조직위원회는 이렇게 조언을 했다. 여성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냐? 라고 질문해야 하고, 차별을 당할 때는 잘못된 관행을 지적해야 한다. 대우가 공평하지 않다면 시정조치를 해야 하고, 여성의 필요, 관심, 열망이 존중되고 포함되도록 포용성을 확대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는 이와 더불어 지금 우리 조직의 포용성이 어느 정도인지 진단하고 확인하기를 제안한다. 시중에는 여러 가지의 측정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에서도 조직의 포용성을 측정하는 지수를 개발하였다. 그 지수는 아래 다섯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1. Female leadership & talent pipeline(여성을 조직의 리더로 육성하려는 노력)
2. Equal pay & gender pay parity(성별 임금 격차를 얼마나 줄이는가)
3. Inclusive culture(포용적 조직문화를 위한 노력)
4. Anti-sexual harassment policies(성적 괴롭힘 예방 및 대응 절차 확립)
5. Pro-women brand(납품업체, 제품, 서비스 등에서 친여성적 인식을 확보하고 있는가)

한 번 우리 조직의 포용성을 진단해보자. 저조한 항목을 개선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세계 여성의 날은 미래에도 존재할까? 없어질까? 앞으로 다가올 100년에도 존재할 것 같다. 안타깝게도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16년 전, 여성들이 외치던‘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구호가 아직도 필요한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세대가 태어나기도 전에 외쳤던 구호들이다. 2024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성의 현황을 살펴보고, 포용성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실천할 시기이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하여 더욱 포용적인 세상을 만들어가자. 이것은 기성세대의 책무이기도 하다.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 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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